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Books/소설

13계단

by Bori_de_Paju 2020. 8. 24.

(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/ 전새롬 옮김 / 황금가지)

 

이 작품 같은 소설을 일본에서는 사회파 추리소설이라고 부른다더군요.

이런 추리소설은 자극적인 소재와 살인방법 묘사에 치중하는 소설보다는 한결 읽기가 낫지만

자칫하면 작가의 주장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기가 쉬운데 이 작품은 그런 균형을 잘 잡았습니다.

책 말미의 후기를 보면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선정을 할때 심사위원들 사이에서

이미 "1위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않느냐"는 공감대가 형성될 정도였다고 하지요.

 

이 소설은 사형제도에 대해서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.

(일본은 독재국가를 제외하면 몇 안되는 사형제 유지국가 중 하나입니다.)

죽어 마땅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은 없고 살려고만 하는 경우

정상참작의 여지가 있지만 변명하지 않고 범죄를 반성하며 사형을 받아들이는 경우

정말 범인인지 확신할 수 있는가? 하는 경우

사형제도의 존폐를 생각할때 떠오를 수 있는 상황을 모두 보여주며 독자를 생각하게 만듭니다.

그리고 제도를 아무리 꼼꼼하게 만들어도 결국 운영하는건 사람이라는걸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.

제목의 13계단은 사형수에게 실제로 사형을 집행하기 까지의 행정절차를 상징하기도 합니다.

얼핏 꼼꼼해보이지만 세상만사가 다 그렇듯이 의도대로만 굴러가는건 아니지요.

관례라는 이유로, 정치적 부담 등등 여러가지 요소들이 작용하니까요.

(우리나라는 김영삼 정부 말기에 다음 김대중 정부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대대적 사형집행 후

현재까지 사형선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사형집행은 하지않은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가로 분류되고 있습니다.)

 

 

정말 잘 쓴 소설이고 재미있었지만, 현실이라면 어땠을까?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.

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이지만 검찰이 스스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경우는 드무니까요.

특히나 일본 검찰의 말도 안되는 승소율과 횡포는 유명하지요.